먼저 감독 이야기 — 결론은 맨 아래 있지만..
클린트이스트우드 감독 이야기부터 해야할까? 1930년 생(2016년 현재 86세이신가?) 클린트 감독은 지난 번 아메리칸 스나이퍼 때도 그렇고 그 전의 그란투리스모 때도 그렇고 그가 그리는 보수 영웅의 모습을 가치를 덤덤하게 표시한다. 아주 오래 전에 서부영화의 주인공인 클린트는 담배를 씹어물며 악에 맞서는 영웅을 몸소 보여줬다면, 이제 감독 클린트가 말하는 영웅 Hero는 그랜토리노에서처럼 똑같은 폭력의 방법으로 영웅이 되는것은 얼마나 부질없으며, 아메리칸스나이퍼처럼 제도와 정치와 권력이 만들어낸 전쟁 영웅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럼 설리에서 클린트 감독이 원하는 영웅은 어떤 영웅일까? 그 답을 155명의 승객을 태우고 강위에 불시착한 유에스 에어웨이 항공 조종사 설리에게서 찾고자 한 영화가 이번 영화였다. 미국의 2009년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였다. 영화에서 대중들이 설리에게 말했던 것처럼 설리 스토리는 기적이었고 오랫만에 느낄 수 있는 희망의 뉴스였다. 게다가 맨해튼은 911이라는 비행기 사고의 악몽이 뉴욕 시민들에게 잠재하고 있는 공간이다. 영화 중에 비행기와 관련하여 뉴욕에서 퍽 오랫만에 들은 좋은 소식이라는 대사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 흔한 영웅 호들갑은 언론과 미디어가 이미 제공했다고 생각하고 다시그 영웅이 왜 진짜 영웅인가를 짚어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깐 톰행크스 이야기…
설리(톰행크스는) 40년간의 항공 경력을 단 208초의 비상착륙 비행으로 판단받게 된 상황에 처한다. 톰행크스는 지난번 폴 글린글래스 감독의 ‘캡틴 필립스’에서 비슷한 역할에 이어 이번에도 표정만으로 충분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어쩌면 억울하기도 한 상황이고 참담하기도 하고 우쭐대고도 싶은 그심정을 맨하튼의 겨울 새벽을 달리는 설리 기장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전달해 주고 있다. 이 영화는 게다가 아이맥스 영화다. 비행기의 비행장면만으로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었나보다 싶지만 톰행크스의 진지하고 곤혹스러운 얼굴을 잡아내는 데도 아이맥스만한 카메라가 없었겠구나 싶다.
기술은 인간을 판단할 수 있을까? 제도는/어른은?
인공지능과 기술이 직감을 이길 수 있을까? 연초 요란했던 바둑대회부터 이 나라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무인 자동차가 개발되고 있다. 기술은 우리에게 정답을 가져다 줄까? 설리는 인간의 직감과 노력으로 그 위험천만한 상황을 극복하였음에도 감히 기술은 그 선택이 옳았는지 덤벼묻는다. 왜 그 옆 공항이 아닌 허드슨 강에 비행기를 내렸어야 했는지 인간이 시스템과 기술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설리는 이것을 무슨 퍼즐처럼 풀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말할 뿐이다. 기술 앞에서 좀 답답해 보이기도 한 이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이것이 그냥 기술과 인간의 대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우리의 일상에서 환경과 시스템은 자주 우리에게 시스템이 원하는 프로세스를 강요한다. 여러번의 시물레이션을 ‘선배’들이라는 ‘어른’들이라는 컴퓨터가 이미 경험했고 알고 있는데 왜 그를 따르지 않고 너의 멋대로 ‘성공’을 만들어내냐고 묻고 있는 사회가 지금의 사회기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그는 다 구했다. 155명을…
어쨌거나 그는 다 구했다. 자신을 포함한 155명을 말이다. 이것은 매우 슬프고 먹먹한 마음을 만들어 버린다. 적어도 한국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볼때는 그럴 것이다. 미국의 관객들은 설리를 보며 미국의 진정한 영웅을 떠올리겠지만 한국의 관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9명을 떠올릴 수 밖에 없고 그날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아직도 그 날 왜 그 많은 고등학생들을 그렇게 죽게 내버려뒀는지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 선장과 승무원들은 왜 그렇게 급하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해 버리고 해경의 고무보트를 탔으며, 해경은 왜 고무보트를 선장과 선원에게 먼저 향했으며, 왜 그렇게 많은 CCTV들이 고장이 났으며…. 왜 창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을 ….왜 인양한다는 배는 몇 개월이 지나도 그래도이며…왜 조사위원회는 그렇게 서둘러 기한내에 조사를 하지도 못하고 마감해야 하며… 영화 설리는 더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극장을 나가게 만든다.
좋겠다. 다 구했네. 우린 다 죽었(였)는데…어느 고등학생이 극장을 나가면서 말했다고 한다. ….
태평양너머 한국이란 나라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알리도 없고, 알았다고 해도 한국을 위해 이영화를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한국의 관객은 스스로 오히려 부끄러움과 자괴감이 들어 어쩔 줄을 모른 채로 극장을 나와야 하는 그런 영화가 바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었다.
그나저나 10월말에나 나온다는 O.S.T. 빨리 나오면 좋겠다.
너무 좋다 엔드크레딧 트랙